살 때 확인할 것
- 만들 것을 먼저 정하세요 — 빵이면 강력분, 국수·수제비·부침이면 중력분, 케이크·쿠키·튀김이면 박력분입니다.
- 봉지의 단백질 함량 %를 보세요. 이름의 경계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 밀 원산지를 확인하세요.
- 부침가루·튀김가루는 밀가루에 다른 것을 섞은 제품입니다. 레시피가 밀가루라고 적었으면 밀가루를 고르세요.
용도와 보관법
| 항목 | 강력분 | 중력분 | 박력분 |
|---|---|---|---|
| 단백질 | 11~13% 이상 | 8~13% | 9% 미만 (5~8%로 적는 자료도 있습니다) |
| 반죽 | 질기고 잘 늘어납니다 | 중간입니다 | 부드럽고 잘 부서집니다 |
| 만드는 것 | 식빵, 빵, 빵가루, 라면 | 우동, 소면, 냉면, 만두피, 수제비 | 케이크, 카스텔라, 핫케이크, 쿠키, 튀김, 부침개 |
글루텐은 물을 만나야 생깁니다
밀가루에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물을 섞으면 이 둘이 엉키면서 끈적하고 탄력 있는 얇은 막 구조를 만듭니다. 이것이 글루텐입니다.
그래서 단백질이 많은 밀가루일수록 반죽이 질겨지고 잘 늘어납니다. 빵이 부풀어 그 모양을 유지하는 것도 이 막이 가스를 붙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케이크나 쿠키는 그 막이 적어야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단백질이 적은 박력분을 씁니다. 튀김옷도 같습니다 — 질겨지면 바삭하지 않습니다.
이름의 경계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강력분을 '11~13% 이상'으로 적는 자료도 있고 '13% 이상'으로 적는 자료도 있습니다. 박력분도 '5~8%'와 '9% 미만'이 갈립니다.
딱 떨어지는 국제 기준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분사와 나라마다 나눈 자리가 조금씩 달라서입니다. 그래서 봉지에 적힌 단백질 % 숫자가 이름보다 정확합니다.
레시피가 강력분이라고 적었는데 손에 중력분만 있다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빵이 덜 부풀고 결이 다릅니다. 반대로 박력분 자리에 강력분을 쓰면 질겨집니다.
'력'이라는 말 자체가 반죽의 저항력을 가리킵니다. 1921년 프랑스 사람 마르셀 쇼팽이 만든 측정 방식에서 온 말입니다.
이탈리아 밀가루의 00은 힘이 아니라 고운 정도입니다
이탈리아는 밀가루를 00·0·1·2로 나눕니다. 강력분·중력분처럼 힘으로 나눈 이름이 아닙니다. 껍질이 얼마나 빠졌는지로 나눈 것입니다.
껍질이 많이 섞인 순서는 2 → 1 → 0 → 00 입니다. 00이 껍질이 가장 적고 가장 곱습니다. 껍질이 많이 섞일수록 물을 더 먹고 입자가 거칩니다.
그래서 같은 00이라도 단백질이 제품마다 다릅니다. 이탈리아 법은 00을 '껍질에서 나오는 재가 0.55% 이하, 단백질 9% 이상'으로만 정해 두었습니다. 00이라고 적힌 봉지 중에 과자용도 있고 피자용도 있다는 뜻입니다.
레시피에 '00 밀가루'라고만 적혀 있으면 그것만 보고 고르기 어렵습니다. 봉지의 다음 두 숫자를 같이 보세요.
00 · 0 · 1 · 2 — 법이 정한 것은 껍질과 단백질 하한입니다
이탈리아 법(1호 187, 2001년)이 종류마다 정해 둔 값입니다. 껍질에서 나오는 재의 양과 단백질 하한이고, 둘 다 물기를 뺀 기준입니다.
00은 재 0.55% 이하에 단백질 9% 이상. 0은 재 0.65% 이하에 단백질 11% 이상. 1은 재 0.80% 이하에 단백질 12% 이상. 2는 재 0.95% 이하에 단백질 12% 이상. 통밀은 재가 1.30~1.70%이고 단백질 12% 이상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00이 0보다 곱지만, 법이 정한 단백질 하한은 0이 더 높습니다**(11% 대 9%). 숫자가 작다고 약한 밀가루가 아닙니다. 곱기와 힘은 서로 다른 축이고, 종류 숫자는 곱기만 말해 줍니다.
그래서 0은 껍질이 00보다 조금 더 남아 물을 더 먹고, 반죽이 덜 매끈한 대신 다루기 쉽습니다. 빵과 납작빵에 두루 씁니다. 나폴리 피자 규약도 00과 0을 둘 다 허용합니다.
피아디나 로마뇰라가 0을 쓰는 대표입니다. 부풀리지 않고 팬에 바로 굽는 납작빵이라, 아주 곱게 빻은 00보다 껍질이 조금 남은 0이 맞습니다. 원산지 규약은 연질밀이라고만 적고 종류를 못 박지 않지만, 제분사도 피아디나용으로 0을 따로 팝니다.
이탈리아 밀가루 봉지에는 숫자가 둘 더 있습니다 — W와 P/L
W는 반죽이 버티는 힘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오래 치대고 오래 부풀려도 주저앉지 않습니다. 힘이 약한 밀가루를 오래 발효하면 반죽이 푹 퍼지고 잘 끊어집니다.
170 이하는 과자용입니다. 180~260이면 프랑스빵·롤·피자·파스타에 두루 씁니다. 280~350은 힘이 센 쪽이라 빵·피자·브리오슈에 쓰고, 350을 넘으면 아주 센 것입니다.
P/L은 버티는 힘과 늘어나는 힘의 비율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잘 늘어납니다. 0.5~0.6이 다루기 좋은 값입니다. 낟알이 무른 밀은 0.4 이하로 잘 늘어나고, 낟알이 단단한 밀은 0.7 이상이라 더 버팁니다.
우리가 쓰는 강력분·중력분·박력분에는 이 숫자가 대개 없습니다. 이탈리아 밀가루를 살 때만 만나는 표기입니다.
단백질 %는 자를 두 개 씁니다. 봉지의 영양성분표는 물기를 포함한 그대로의 숫자이고, 제분사가 내는 사양서는 물기를 뺀 숫자입니다. 밀가루에는 물이 13~14% 들어 있어서 같은 밀가루가 1~1.5%p 차이 나 보입니다. 봉지에 12%라고 적힌 것이 사양서에는 13.5%로 나오는 식입니다. 두 숫자를 견줄 때는 어느 쪽 기준인지 먼저 보세요.
W는 발효 시간과 한 묶음입니다
힘이 센 밀가루는 오래 발효해야 그 힘을 씁니다. 집에서 한두 시간 부풀릴 거면 W 320짜리를 사도 쓸 자리가 없습니다. 비싼 쪽이 늘 맞는 것이 아닙니다.
집 오븐으로 굽는 피자라면 W 240~280이 맞습니다. 다섯 시간 안팎 실온 발효에 맞춰 나온 제품들이 이 대입니다.
하루 넘게 발효해서 굽는 나폴리 피자는 W 300~330을 씁니다. 이 정도면 밀가루 무게의 80%까지 물을 넣어도 반죽이 버팁니다.
물의 양도 같이 정해집니다. 피자 반죽은 밀가루 무게의 58~65%를 물로 잡습니다. 밀가루 1kg이면 물 580~650ml입니다. 힘이 센 밀가루일수록 물을 더 먹습니다.
그래서 레시피의 발효 시간을 먼저 보고 밀가루를 고르는 것이 순서입니다. 반대로 고르면 둘 중 하나는 헛돕니다.
피자는 스타일마다 쓰는 밀가루가 다릅니다
나폴리식은 W 280~320, 단백질 12~13%입니다. 430~480도 화덕에서 60~90초 굽습니다. 부드럽고 쫄깃하며 가장자리가 살짝 탑니다.
뉴욕식은 W 260~300입니다. 315~345도에서 3~5분 굽습니다. 물을 적게 넣어 바삭함과 쫄깃함이 반반입니다. 단백질은 자료마다 12~13%로도, 13~14.5%로도 적는데 앞의 두 자 이야기(물기를 뺐는지)가 섞여 있습니다.
집 오븐으로 구울 때 가장 가까운 쪽이 뉴욕식입니다. 화덕처럼 400도를 못 내는 대신 조금 더 오래 굽는 방식이라, 우리가 파는 강력분이 여기 쓰는 밀가루와 거의 같습니다.
로마식은 W 320~380, 단백질 13.5~14.5%입니다. 물을 70~80%까지 넣고 48~72시간 발효합니다. 바삭하고 속에 공기층이 많습니다.
집 오븐에서 220도로 10분 남짓 굽고 한 시간 안쪽으로 부풀리는 피자라면, 우리가 파는 강력분으로도 됩니다. 위 숫자들은 화덕이나 긴 발효를 전제한 것입니다.
이탈리아 피자용 밀가루와 강력분은 밀 자체가 다릅니다
이탈리아 피자용 밀가루는 낟알이 무른 밀로 만듭니다. 잘 늘어나서 손으로 밀면 쭉 퍼집니다(P/L 0.5~0.6).
우리 강력분은 낟알이 단단한 밀로 만듭니다. 단백질이 13%를 넘고 더 버팁니다(P/L 0.7 이상). 단백질 숫자만 보면 비슷해 보여도 반죽이 다르게 움직입니다.
세몰리나는 더 단단한 밀(듀럼)을 굵게 빻은 것입니다. P/L이 2를 넘어 거의 안 늘어납니다. 그래서 건파스타를 뽑는 데 쓰고 피자 반죽에는 쓰지 않습니다.
물도 반죽을 바꿉니다. 미네랄이 많은 물은 반죽을 단단하게, 적은 물은 부드럽게 만듭니다.
부침가루·튀김가루는 밀가루가 아닙니다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는 밀가루에 소금·전분·팽창제 같은 것을 미리 섞어 놓은 제품입니다. 편하지만 간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레시피가 밀가루라고 적었으면 밀가루를 쓰세요. 부침가루로 바꾸면 소금을 두 번 넣게 됩니다.
원재료 칸을 보면 바로 갈라집니다. 밀가루는 '소맥분' 한 줄이고, 부침가루·튀김가루는 줄이 여러 개입니다.
밀가루 살 때 볼 것
- 만들 것이 빵인지 면인지 과자·튀김인지
- 봉지의 단백질 %
- 밀 원산지
- 밀가루인지 부침가루·튀김가루인지
- 다 쓸 수 있는 양인지
궁금한 점
밀가루는 다 같은 것 아닌가요?
단백질 함량이 다릅니다. 물을 만나면 그 단백질이 글루텐이라는 막을 만드는데, 많으면 질기고 적으면 부드럽습니다. 빵과 케이크가 다른 밀가루를 쓰는 이유입니다.
중력분으로 빵을 만들면 안 되나요?
만들어집니다. 다만 글루텐 막이 덜 생겨 빵이 덜 부풀고 결이 다릅니다. 레시피가 강력분이라고 적었다면 이유가 있습니다.
부침가루로 밀가루를 대신해도 되나요?
부침가루는 밀가루에 소금·전분·팽창제를 미리 섞은 제품입니다. 레시피의 소금량과 겹칩니다. 원재료 칸이 여러 줄이면 그쪽입니다.
00 밀가루가 강력분인가요?
아닙니다. 00은 곱게 빻아 껍질이 거의 없다는 뜻이고, 힘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같은 00이라도 과자에 쓰는 약한 것부터 피자에 쓰는 센 것까지 있습니다. 봉지의 W 숫자를 보세요.
피자에는 무조건 00을 써야 하나요?
나폴리 피자 규약은 00 또는 0을 쓰라고 합니다. 다만 유럽연합 규정은 종류를 적지 않고 W 220~380, P/L 0.5~0.7, 단백질 11~12.5%로만 적습니다. 종류보다 이 숫자가 실제 기준입니다.
W가 높을수록 좋은 밀가루인가요?
오래 발효할 때만 그렇습니다. 집에서 한두 시간 부풀리는 반죽에 힘이 센 밀가루를 쓰면 그 힘을 쓸 자리가 없습니다. 발효 시간에 맞춰 고르세요.
글루텐은 밀가루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인가요?
밀가루 상태에서는 아직 없습니다.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단백질이 물을 만나 엉키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
위키백과 — 밀가루 (강력분·중력분·박력분의 단백질 함량과 쓰는 자리)
경향신문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밀가루도 힘이 있다 —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2023-07-21)
PizzaBlab — 00 Flour: Milling Grade, Protein Content, and Use in Pizza (이탈리아 DPR 187/2001 분류)
이탈리아 대통령령 187호(2001) — 밀가루 종류별 재·단백질 기준 원문
피아디나 로마뇰라 IGP 생산 규약 (이탈리아 농림부)
PizzaBlab — Chopin Alveograph Explained: Understanding P, L, and W Values
AVPN 국제 규약 2024 (나폴리 피자 밀가루 기준)
EU 규정 97/2010 — Pizza Napoletana 전통특산물보증(W·P/L·단백질 기준)
Caputo 00 Pizzeria 제품 사양 (단백질 12.5%, W 260~280) — 제조사
Pandough — Le 5 Stagioni Pizza Napoletana Rossa 사양 (W 310, P/L 0.60, 수화율 57~64%)
The Fresh Loaf — 밀가루 단백질 표기는 '있는 그대로'와 '물기를 뺀' 기준이 다르다
Pandough — Caputo Pizzeria 상세 사양 (P/L 0.50~0.60, 회분 0.55%, 수화율 58~65%, 상온 발효 4~13시간)
내용 수정 · 2026-09-27